* 츠카레오
* 그렇고 그런 표현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 민감한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귀청을 파고든다.
츠카사는 고개를 들었다. 모자를 쓰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쨍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모자는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뜨겁게 달아올랐을 거다. 길옆으로 짙푸른 녹음이 펼쳐져 있다. 어지러운 뙤약볕, 몇 십 마리나 될지 모를 시끄러운 매미 소리, 아마도 그만큼 좋을 공기. 츠카사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길을 걸었다.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기엔 더위가 너무 강했다.
최소한으로 정리된 길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매번 다리를 휘감았다. 츠카사는 얼마 없는 방문자인 자신이 여기를 오고가지 않으면 금방 거미줄로 뒤덮일 거라는 좋지 않은 상상과 함께 의식적으로 더 큰 폭으로 걷곤 했다. 어쨌든 목적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굽이굽이치는 길의 끝에는 아담한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여기도 제대로 관리를 안 한 탓인지 이리저리 가지가 뻗어나간 커다란 대추나무와 마구잡이로 자란 녹색 풀들이 날을 빳빳이 세우고 집을 감싸고 있었다. 제초를 고려하던 츠카사는 자신이 제초 경험이 없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사람을 부르자. 잠시 땀을 닦아내고 츠카사는 숨을 골랐다.
누렇게 변색된 초인종을 누르자 길게 소리가 울렸다. 대답은 아직 없었다. 현관 구석에 먼지들과 함께 또아리 튼 거미를 보며 역시 사람을 부르자고 생각할 즈음 문이 열렸다.
“...츠카사?”
쨍한 낮과 대조적으로 어둠에 휩싸인 집에서 차가운 공기가 새어나왔다. 눈부신지 인상을 쓰는 레오를 보며 츠카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레오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여기까지 왔으면서 뭘 새삼 묻는 거지. 그가 할 생각을 추측하고 있자 레오는 문을 좀 더 열었다.
“마음대로 해.”
먼저 뒤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 츠카사도 문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에어컨이 틀어져 있는지 집안은 오싹할 만큼 서늘했다. 더위는 잘 안타는 사람인데 역시 이번 더위는 살인적인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소파 위로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있었다. 츠카사는 소파에 앉는 대신 부엌으로 이동했다.
“뭘 그렇게 가져왔어?”
레오가 비스듬히 문에 기대 츠카사가 가져온 수박을 바라본다.
“여름이잖아요. 수박이랑 복숭아랑 포도를 좀... 수박 껍질을 까지 않아도 간단하게 shake로 만들어 먹을 수 있대요. 이 거품기만 있으면. 이따 보여드릴게요.”
끈에 감싸인 수박을 내려놓고 다른 봉지에서 거품기를 꺼내자 레오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것도 사왔어?”
“레오 씨가 가지고 있을 리 없으니까요.”
레오는 침묵했고 츠카사는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시골 벽지에 박혀 살면서도 그는 제대로 된 음식을 거의 챙겨먹지 않는다. 배달 음식도 없을 텐데 뭘 먹고 사는 걸까.
냉장고를 채워 넣으려던 츠카사가 잠시 멈칫했다.
“왜 이렇게 과일이 많아요? 혹시 장 봤어요?”
“아니. 아랫집에 사는 할머니가 가져다 주셨어. 너무 말랐다면서 제대로 먹으라는데, 실례야. 실속 있는 근육파인걸. 어른들은 그걸 잘 모르시더라.”
츠카사는 그런 레오를 물끄러미 살폈다. 폭이 넓은 반팔 티에서 뻗어 나온 팔은 근육이라고 하기엔 메마른 가죽과 뼈로 보였다. 기아까진 아니지만 절대로 건강하다고 할 몸은 아니었다. 츠카사는 그 마른 몸 아래에 품고 있을 열도 차례로 떠올렸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갑작스럽게 갈증을 느꼈다.
“지금 바빠요?”
“응, 바빠.”
레오는 손가락으로 거실을 가리켰다. 바닥에 흩어진 악보들이 주인의 완성을 기다리며 검은 펜 자국을 빛내고 있었다.
“그럼 기다릴게요.”
츠카사는 그렇게 말했고 레오는 악보로 돌아서려던 발을 멈칫했다.
“언제 끝날 줄 알고 기다린다는 거야.”
“글쎄요, 기다리면 끝나겠죠.”
“저기, 그렇게 한가한 몸이 아니잖아? 시간은 좀 더 중요한 곳에 쓰라고. 인생은 짧으니까.”
“이것도 제겐 아주 중요한 용무니까요. 기다릴게요.”
레오는 한숨을 쉬었고 츠카사는 그 얼굴이 익숙하다는 걸 무심결에 깨닫는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활짝 핀 미소보다 아무 것도 드러나지 않은 무표정의 비율이 훨씬 높아진 건. 그는 이제 뜨거운 태양의 열기 아래서 모두를 끌어당기는 웃음소리를 내는 대신 어두운 그늘에 숨어 그 고양이 같은 눈매를 가만히 깜박이며 숨을 죽이기 일쑤였다.
“그럼 네 볼일 먼저 보던가.”
레오는 허리를 숙여 악보를 주우려고 했다. 기껏 한 곳으로 모였던 종이가 다시 바닥으로 흩어졌다. 레오는 자신의 팔을 붙든 츠카사를 보았고 갑작스레 부딪히는 입을 받아내야 했다.
“흐읍, 응, 읏...”
새어나온 소리가 열을 더 부추겼다. 츠카사는 급하게 레오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얇은 면바지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걸리는 것 하나 없이 내려갔고 곧바로 하반신이 맞닿아 비벼졌다. 레오가 숨을 삼켰다. 그 가여운 목울대를 핥으며 츠카사가 속삭였다.
“허락하신 거죠.”
레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긍정은 아니지만 부정도 아니었다. 레오는 언제나 그랬다.
“앗, 츠카사, 츠, 카사.. 아앗!”
레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그의 목에서 쥐어 짜여 나올 뜨거운 목소리와 츠카사 아래에서 땀이 송골송골한 채 파르르 떠는 등이었다.
츠카사는 그가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곱씹었다. 레오가 언제부터 자신을 스오라는 둥근 이름 대신 츠카사라는 무미건조한 호칭으로 부른 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보통은 반대다. 이름을 부르면 더 친근해졌다는 표시일 텐데 이 사람에겐 그 기준이 거꾸로 적용되고 있다.
“레오 씨.”
츠카사가 이름을 불렀다. 츠카사의 기준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고 그간 불러왔던 ‘리더’보다, ‘츠키나가 씨’ 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띄고 있었다.
“스오, 라고 불러주지 않을래요?”
얕게 울음을 흘리던 레오가 숨을 멈췄다. 츠카사는 굳어버린 석고상 같은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보고 싶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늘 밑에 하루 종일 있던 서늘한 얼굴이 단박에 일그러졌을 그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보는 일이 없었고 대답은 명백한 거부로 돌아왔다.
“싫어...”
츠카사는 다시 움직였다. 참지 못한 신음이 이어지고 공기는 농밀해졌다. 츠카사는 답답한 숨을 내뱉었다.
레오가 츠카사를 스오로 부르지 않은 건 분명 이 때 부터였다. 츠키나가 루카가 스오 루카가 된 이후부터.
그 전엔 츠카사와 레오사이엔 좀 더 달콤한 무언가가 있었다. 비록 연인은 아니었지만 같이 식사를 하고 한 방에서 입술을 맞대고 몸을 겹치고. 그 사이에 떠돌던 달기 그지없는 숨들을 츠카사는 추억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는 이제 건조한 숨을 내뱉고 죽은 눈으로 츠카사에게 하고 싶은 많은 말들을 목구멍 뒤로 삼켰다.
왜 저를 밀어내지 않아요? 왜 문을 열죠? 왜 저항하지 않죠? 왜 이런 걸 허락해요? 왜 더 이상 싫다고 안 해요? 왜 결혼은 반대하지 않았어요?
츠카사도 레오에게 할 말이 무수히 있지만 꺼내지 않는다. 그가 도망칠 구석을 주기 위해. 그를 더 이상 몰아붙였다간 그는 이런 시골의 집보다 더 알 수 없는 구석으로, 혹은 아예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기에.
귓가에 사랑해요, 라고 속삭이면 그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입은 신음을 흘리기 바빴기에 그런 걸 수도 있었다. 부정하는 그에게 계속 사랑의 고백을 했다. 이 마음은, 당신을 연모하는 스오 츠카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 달라졌을 뿐.
“그럼 가볼게요.”
수박 갈아놓은 거 냉장고에 있으니 꼭 챙겨 드시고요. 츠카사는 구두를 신었고 해가 기웃기웃한 현관으로 발을 딛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다. 낮보다 훨씬 지쳐 보이는 레오가 두 눈에 피곤함을 담은 채 츠카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에 또.”
츠카사는 문을 열었다. 안과 비교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곧바로 몰아닥쳤다. 그대로 떠나는 대신 츠카사는 기다렸다. 잠시 후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카를 잘 부탁해.”
그리고 문이 닫혔다.
언제나의 작별 인사였다. 예전에 자랑삼아 하던 귀여운 여동생의 화제를 레오는 더 이상 입에 담지 않았고, 대신 츠카사가 이 집을 떠나기 직전엔 저 말만 하였다.
목까지 죄이는 것 같은 공기에 저도 모르게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츠카사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고 다시 한숨과 함께 뱉었다. 지독한 더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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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불륜이었습니다.
이번 가챠 스토리보고 뽕이 찼는데 소설의 상태가 ? ???
원작의 츠카레오는 행복합니다. 나~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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