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레오 치키타구구AU
*츠카레오
*치키타구구 패러디
츠카사는 눈을 떴다. 무언가 귀찮은 것이 자꾸 얼굴을 툭툭 치고 있었다. 잠결에 손을 휘휘 뻗던 츠카사는 결국 잠에서 깼고 얼굴에 찰싹찰싹 부딪힌 것들이 파리 비슷한 벌레라는 걸 깨달았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잔벌레들을 떨어낸 그는 어렵지 않게 그 벌레들의 근원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람의-시체의 입에서, 코에서, 귀에서, 드나들 수 있는 모든 구멍에서 한 쌍의 날개를 가진 벌레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츠카사는 주욱 찢어져 미소처럼 보이는 그 얼굴을 보다가 코를 막았다. 냄새가 지독했다.
방을 나가면 저편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는지 요리하는 소리가 한창이었다. 문을 닫으니 냄새가 한결 가셨지만 식욕은 돌아오지 않았다.
"일어났어?"
쾌활한 목소리가 들렸다. 츠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전혀 보이진 않지만 저기에서 인간인척 요리하는 저 요괴는 다 알 것이다. 곧이어 부엌에서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든 요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남자아이의 모습이었다. 츠카사와 비슷한 체구, 나이도 비슷해 보였다. 어제는 아빠 뻘의 성인 남자였는데.
츠카사가 앉아있자 그 앞으로 부산하게 접시를 날랐다. 다다미 바닥에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는 지독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왜 안 먹어?"
한참 눈길만 주고 있자니 옆에서 그가 물어왔다.
"어디 아파? 목이 아직 불편해?"
녹색 눈동자가 빤히 츠카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딘가에 상처가 남아있다면 당장이라도 먹을 기세로 샅샅이 살피는 그에게 츠카사는 고개를 저었다.
"입맛이 없어요."
"왜? 혹시 어제 일 때문에? 이제 그 살인자는 없어."
내가 죽였으니까. 요괴가 힘주어 말했다. 츠카사는 매달려 있는 시체를 생각하고 다시 입맛이 싹 가시는 걸 느꼈다.
"저기 냄새 나서..."
"아아, 인간은 코가 예민한가? 요괴보다 둔한 줄 알았는데. 인간을 키우는 건 생각보다 어렵구나."
남자가 손을 내밀어 츠카사의 코를 감쌌다. 제 딴에는 냄새를 감춰준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잃어버린 식욕이 돌아올리가 없었다. 요리를 하고 온 손에선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묘한 냄새도 은근히 났다. 알싸한 사향 같은 이걸 츠카사는 속으로 요괴 냄새라고 이름 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요괴가 씻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목욕은 하는 걸까? 요괴는 할 필요가 없는 걸까.
"저기, 입맛이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돼? 네가 굶어죽으면 곤란해..."
츠카사를 끌어안으며 요괴가 중얼거렸다. 츠카사는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입맛이 없어져도 정말 배고프면 식욕은 저절로 생기겠고, 그전에 방 안에 있는 그걸 치워야 하고.
"레오는 안 먹어요?"
츠카사는 되려 질문을 던졌다. 품 안에 츠카사를 주물거리던 레오가 빤히 그를 바라보다가 잠시 시선을 위로 준다.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안 먹었네."
요괴-츠키나가 레오는 이제사 알아챘다는 듯이 말했다.
"이상하게 배가 안고파. 스오가 맛있어지길 기다려서 그런가? 스오를 먹을 생각을 하면 너무 기대 돼서, 당분간은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요괴는 천진하게 말했다. 신이 났는지 킁킁거리며 목덜미에 혀를 댔다가 비명을 지른다. 아직 쓰지만, 너는 천하진미가 될 거야. 칭찬이랍시고 해주는 말이 저거다.
인간은 소, 돼지를 잡아먹고 요괴는 인간을 잡아먹는다. 인간에게 돼지가 가축인 것처럼, 요괴에게는 인간이 가축이다. 키워서 잡아 먹지 않고 바로 사냥하여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지만. 그런 요괴들에게 '백 년'이란 게 있다고 한다. 맛있는 고기인 인간들 중에 아주 드물게 쓴 맛인 인간이 있다. 약한 요괴가 쓴 인간의 눈물이나 피를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그 자리에서 죽을 정도라니 쓴 걸 넘어서 독약이다. 하지만 그 인간을 백 년 동안 기르면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진미가 된다고 한다. 그 극상의 맛을 얻기 위한 쓴 인간 사육을 요괴들은 '백 년'이라 불렀다.
그 매력적인 독약이 찰랑찰랑 들어있는 쓴 인간이 자신이었다. 아주 어렸을 적,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어린 시절에 스오 가문은 이 요괴가 들어오고 절멸했다. 스오 가문을 비롯해 그 집에서 일하고 있던 수많은 하인들까지 다 삼킨 요괴는 쓴 인간인 츠카사를 먹지 못했고, 백 년을 시작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츠카사는 피투성이 집에 혼자 남겨졌다. 마을에서 가장 큰 가문이었지만 하루 만에 무너진 스오 가의 비극을 동정한 사람들은 유일한 생존자인 아이를 맡아 길렀다. 하지만 원래 부유하지 않은 마을에서 아이는 짐이 될 수밖에 없었고, 동정심의 유효기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마을의 온갖 집을 전전했다. 그리고 츠키나가 레오가 찾아왔다. 스오 츠카사의 먼 친척이라고 하면서. 마을 사람들은 크게 기뻐하며 전혀 닮지 않은 외지인에게 냉큼 츠카사를 맡겼다.
"스오가 더 걱정이야. 스오, 몸은 괜찮아 보이는데. 마음이 아파? 마음이 아프면 어떻게 치료하라고 했더라? 암컷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나? 마을에서 가져올까??"
요괴가 시끄럽게 군다. 츠카사는 자신의 볼을 늘렸다가 부볐다가 하는 손가락을 떼어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요. 이건 제가 해결할 문제니까."
츠카사는 다시 시체를 떠올렸다. 무기물이 돼버린 그녀는 어제밤까지만 해도-요괴의 표현을 빌리자면 펄펄 뛰는 생선처럼 살아있었다. 그렇게 퍼덕거리며 츠카사를 죽이려고 했다. 요괴가 없었다면 그건 성공했을 것이다. 나이프가 목을 궤뚫는 감촉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 숨도 못 쉴 고통 속에서 츠카사는 그렇게 화를 내는 요괴를 처음 보았다. 백 년을 시작한지 이제 한 달이 되어가는데 손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는 게 분명했다.
여자는 분노한 요괴의 손에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고, 요괴가 츠카사에게 허둥지둥 달려오는 걸 마지막으로 보고 의식을 잃었다. 오늘 이렇게 멀쩡히 일어날 수 있는 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그 만능 힘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기 때문이리라.
츠카사는 인간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요괴보다 어제의 인간이 더 무서웠다. 이 요괴도 언젠가 자신을 죽이고 먹을 것이다. 아주 먼 조삼모사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서 붙어있는 이 요괴에게 원망을 가진 적은 묘하게도 없다. 자신의 가족들을 모조리 빼앗아 간, 츠카사를 외톨이로 만든 원흉인데도 그 외로움을 슬슬 치워버리고 옆에 꼭 붙어 있어 주는 요괴에게 도리어 온기를 느끼고 있다.
인간, 요괴, 가축, 가족.
어느 집에도 섞여들어가지 못한 츠카사를 요괴만이 가족으로 받아주었다. 아니 가축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식욕에 대한 열망이 애정으로 바뀌어 내리는 걸 츠카사는 가만히 품에 안았다.
'스오 가문은 대대로 요괴에 정통한 가문이었지. 요괴를 퇴치하는 것도, 요괴를 부리는 것도.'
어제의 인간, 아니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가문을 몰살한 요괴와 사이 좋게 살고 있다니, 너도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구나? 복수를 해서 가문의 원수를 갚지도 못한채 가축으로 전락하다니. 그 불쌍한 삶, 내가 거둬줄게.'
결국 거둬진 건 그녀의 삶이었지만. 츠카사는 무의식적으로 목을 매만졌다. 손끝으로 해묵은 상처 같은 게 느껴졌다. 그 모양을 살피고 있었는지 요괴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볼록하게 튀어나왔던 흔적이 사라지고 요괴는 입맛을 다셨다.
"상처는 내가 먹었어. 이제 더 건강해지겠지."
백 년은 금방이지, 라고 요괴는 말했었다.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츠카사에게 까마득한 그 나이를 더듬어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둘이 조용히 살아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자신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제일 편안한 곳을 꼽으면 이 요괴의 품 속인건 확실했다.
츠카사는 몸을 틀어 요괴를 마주 안았다. 오옷? 놀라면서도 요괴는 어깨죽지에 얼굴을 부볐다. 츠카사는 그의 드러난 목덜미 조금 아래에 있는 문양을 보았다. 스오 가문의 문장. 서고에 남아있는,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 본 똑같은 것이 그의 몸에 남아있다. 어른으로, 아이로, 짐승으로 그 무엇으로 변해도 새겨진 스오 가의 문장은 무슨 연유로 그에게 낙인처럼 남아 있을까. 츠키나가 레오와 스오 가문은 무슨 관계일까. 알고 싶어도 그것을 알려줄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스오- 또 내가 해줄 건 없어? 인간은 밥을 제 때에 먹지 않으면 건강하지 않는다고 그랬어."
요괴의 목소리가 어깨 뼈를 타고 울렸다. 츠카사는 고개를 뻗어 목덜미 아래, 문장이 새겨진 살에 입을 가져다 댔다. 움찔하더니, 요괴가 웃었다. 뭐야, 스오도 내가 먹고 싶어졌어~? 한 입 정도는 줄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그 목소리에 츠카사는 사향 가득한 그 품에 다시 안겼다.
"방에 있는 시체부터 치워 주세요. 그럼 뭔가 먹을 수 있을 지도."
요괴는 그러겠다며 힘차게 대답했다. 츠카사는 눈을 감았다. 백 년을 말한 요괴에게 도망치고, 잡혀오고, 밥을 먹고, 함께 자고. 체념한 나날은 덤덤히 스오 츠카사의 최후를 그리고 있었다. 역시 먹혀도 괜찮을 것 같다.
백 년 후에 그를 먹을 요괴와의 하루가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
레오가 스오 기르다가 최종적으로 역키잡 당하는 엔딩이었으면 ^^!
치키타 구구 정말 재밌어요. 봐주세요...ㅠㅠ
'앙스타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츠카레오 전력 - 필연 (0) | 2016.09.24 |
---|---|
츠카레오 여름 (0) | 2016.08.16 |
미완) 츠카레오 머리카락 (1) | 2016.04.05 |
츠카레오 동양AU (0) | 2016.01.15 |
공약 리퀘4 리츠마오 (0) | 2016.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