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레오 - 영화관
* (첫) 이즈레오
* 시얀님 생일 축하 리퀘로 썼습니다. 호달달
* 키워드는 영화관
* 제 생일은 8월 20일입니다 시얀님(막
「세나 도착했어? 지금 공항?」
통신이 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휴대폰이 소란스러웠다. 비행기 타기 전에 귀국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내뒀지만 이렇게 정확하게 전화를 걸 줄은 몰랐다. 이즈미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적당하게 대꾸를 했다. 한 단어를 대답하면 몇 마디를 신나게 떠드는 상대가 반갑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피곤했다.
「그럼 영화 보러 가자. 세나랑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하아? 레오 군, 제정신? 나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렸거든?”
「걱정 마, 매니저에게 허락은 받았으니까. 참, 2번 게이트로 와-!」
전화는 멋대로 끊겼다. 이즈미는 제 할 말만 뱉은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매니저의 허락 문제가 아니거든? 어차피 당분간은 오프라 상관도 없고! 이즈미가 쏟아낼 말은 많았지만 그보다 신경 쓰이는 말이 있었다. 설마 마중 나온 건가.
저절로 걸음이 빨라진다. 이즈미는 설마를 몇 번이고 곱씹었고, 입국심사의 줄을 넘어 마음이 급한 손에 잡혀 덜덜거리는 캐리어를 챙기고 나왔을 때 그 설마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깜빡이를 킨 낯익은 차에서 손이 튀어나와 휘적휘적거렸다.
“세나, 여기- 여기-!”
목소리에 신남이 한껏 묻어 있었다. 이즈미는 때마침 열린 트렁크에 캐리어를 짜증스럽게 넣고 힘주어 문을 닫았다. 조수석에 탈 때도 거절을 한껏 두르며 탑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중 나온 건 고마운데 더 이상 외출은 사양이야.”
“이미 나와 있으니까 외출은 아니잖아?”
“집에 가고 싶다는 소리거든? 영화가 보고 싶으면 혼자 가서 보고 와. 맨날 제멋대로 탈주하는 주제에 이제 와서 혼자는 싫다든가 같은 소릴 하려는 건 아니겠지.”
“말했잖아, 세나랑 같이 보고 싶은 영화라고.”
“말이 많은 기사님이네.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집으로 가 주세요.”
“아쉽지만 친절한 기사님이 아니고 납치범이라서 말이지! 그러는 세나도 나랑 같이 있는 건 불만이 없잖아?”
이즈미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그 자신만만함을 기세 좋게 꺾어 주고 싶지만 역시 피곤했다. 말 공방을 이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잠을 자는 게 효율적이다.
“멋대로 생각해.”
시트 레버를 당겨 최대한 좌석을 눕힌 뒤 이즈미는 눈을 감아버렸다. 선글라스와 눈꺼풀로 차례로 차단된 세상이건만 레오의 시선이 한 조각, 들리지 않는 웃음도 한 움큼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완전 짜증나. 왠지 지는 기분이지만 모른 척 눈을 질끈 감는다.
방방거리는 주인과 달리 차는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다. 대화가 끊기자 온건한 침묵이 감돈다. 레오의 나지막한 허밍이 들린다. 묘하게 알 것 같으면서도 낯선 노래는 자장가를 닮아 있었다. 이즈미는 그 곡의 기원을 머릿속에서 더듬다가 서서히 깊은 세계로 잠겨 들어간다. 안온한 그곳은 비행기 안에선 좀처럼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었다.
*
레오는 정말로 영화관으로 가버렸다. 푹 자고 있는 이즈미를 흔들어 깨운 뒤 표는 자기가 샀다며 원한다면 팝콘 서비스도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할 리가 있냐, 바보. 레오 머리를 쥐어박으면서도 이즈미는 결국 영화관 안까지 따라갈 자신을 생각하며 넌더리를 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무 이 바보에게 약하다.
이즈미와 레오가 막 도착했을 때는 영화 상영이 시작된 지는 30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차가 막혀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에 어째선지 이즈미가 서두르며 화를 내고 성큼성큼 영화관 안으로 들어섰다. 한 관 당 좌석이 스무 개도 들어가 있지 않은, 일명 프리미엄 서비스 관이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다닥다닥한 일반 상영관이었으면 임금님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갔을 것이다.
잔뜩 어두워진 상영관을 장님처럼 더듬으며 레오와 이즈미는 맨 뒤의 좌석을 찾아갔다. 소파만큼 널찍한 좌석에 앉아서야 이즈미는 선글라스를 벗을 수 있었다. 옆의 바보는 뭐가 신난 건지 양반다리로 앉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로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참으며 이즈미도 스크린으로 눈을 돌렸다. 뭐가 어찌 됐든지 공항까지 달려와서는 같이 보고 싶다는 영화다. 억지로 무언가 번쩍번쩍 돌아가는 화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 무리. 초반의 설명도 놓친 데다 이즈미는 애초에 영화에 별 흥미가 없었다. 서로의 일에 치이느라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는 부부가 주인공이고 뭐가 잘못됐는지 세계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뉴욕에 파도가 몰아치고 아프리카에 우박이 떨어지고. 멸망이 다가온 세계에 주인공들은 그간의 관계를 잊고 아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화면과 귀를 가득 메우는 사운드 속에서 이즈미의 미간은 좁혀진 채 펴질 줄 몰랐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데? 영화 속 인물들은 다급하지만 이즈미는 점점 삐딱해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여전히 화면에 집중한 레오의 멱살을 잡고 왜 보자고 한 거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영화 중간에 뭐가 나오나? 끝에 뭔가 반전이 있나? 그런 마음으로 버텨보지만 흥미도 없는 어둑한 영화관은 점점 수면 이외의 것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길게 뻗은 발을 넉넉하게 잡아주는 편안한 의자, 적당한 온도로 유지되는 어두운 실내, 그리고 잔뜩 누적된 피로. 여러 가지 콤비네이션으로 결국 이즈미는 항복을 선언했다. 나중에 추궁하자. 이 제멋대로 임금님은 또 별 거 아닌 이유로 자신을 이쪽으로 끌어들인 게 뻔했다. 무언가가 박살나는 장면이 지나고 고요한 폐허에서 부부가 이야기를 나눈다. 잔잔한 노래, 평온한 화면. 이즈미는 그게 잠의 신호라도 되듯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밖에서 그리 잘 자는 체질도 아니건만, 지금만큼은 잠이 무엇보다 달콤했다.
눈꺼풀 위로 화면이 얇게 들이차는 감각. 눈을 감고 있어도 무언가 보일 것 같은 느낌. 잠은 자고 있지만 깨어있는 것처럼 이상하게 곤두서 있다. 그런 곳에서 조용히 부유하고 있으면 옆에서 무언가 부스럭댄다. 그리고 가슴께에 덮이는 얇은 천. 레오가 담요를 꺼내 덮어주는 모양이다. 반듯하게 천을 펴서 발끝까지 꼼꼼히 덮어주려는 모양새에 이즈미는 고개를 젓고 싶었다. 하지 마, 더워.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나쁘진 않은 기분이다. 담요의 끝을 열심히 끌어올리던 상대는 한참을 꿈질대더니 만족한 듯 손을 뗀다. 적당히 따뜻하면서 갑갑한 고치에 갇힌 기분이다. 제멋대로 실을 뿜어낸 애벌레는 다시 영화를 감상하는지 조용하다. 어쩐지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이즈미는 눈을 뜨지 않는다. 고치에 갇혀 안락한 어둠에 잠겨든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온다. 이즈미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잔잔하고, 사람을 살살 달래는 것 같은 음색. 어딘가 낯익고 그립다.
머리칼에 무언가가 닿아온다. 조심스럽게 만졌다가 살살 옆으로 넘겨준다. 닿는 손끝이 정교하게 만든 인형을 처음으로 만져보는 것처럼 신중하다.
이즈미는 스르륵 눈을 떴다. 역시나 눈앞에 레오가 있었다. 영화관을 가득 메우던 어둠 대신 어슴푸레한 노란 조명이 아늑하게 비추고 있다. 스크린에는 박진감 넘치는 화면 대신 끝도 없어 보이는 크레딧이 조용한 배경음악에 맞춰 한 줄씩 그 꼬리를 흘린다. 이즈미는 그 검고 흰 글씨의 향연에서 흐르는 음을 찾아 맛보았다.
“이거, 레오 군이 만든 노래?”
“응. 일단은 자장가로 만든 노랜데 세나에게는 기상곡이 돼버렸네.”
“일어난 건 레오 군 손 때문이니까.”
“아니야, 닿기 전에도 눈꺼풀이 움찔움찔 했다고.”
뭘 또 관찰하고 있었을까. 이즈미는 인상을 썼다. 일어나야겠지만 푹 가라앉은 몸은 조금 더 이러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크지 않은 상영관은 둘의 소곤거리는 대화를 제외하곤 안락한 침묵이 감돈다. 레오와 이즈미만이 객석을 지키는 유일한 관객 같았다.
녹색 눈이 빤히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도 같고, 퀴즈를 내고 맞춰보라는 어린 아이 같기도 하다. 이즈미는 느릿하게 굴러가려는 사고를 애써 다잡으며 말했다.
“OST 작업한다는 말 없었잖아.”
“작업한 거 아니야. 샘플곡 중 하나였는데 감독이랑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쓰게 해달라고 하도 부탁하길래 넘겼어. 그거 때문에 엔딩도 바꿨다고 하던데.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무슨 엔딩인데?”
“엄청 쾅쾅거리고 시끄러웠는데 세나 정말 푹 잤구나. 끝까지 도망치긴 하는데 아기랑 엄마는 죽고 아빠만 살아남아. 참고로 곡 이름은 ‘주인 없는 자장가’야.”
“흐응, 임금님치곤 제대로 된 제목이네.”
어쩐지 편안한 멜로디다 했더니 자장가인 모양이었다. 그제야 크레딧 화면 구석에 놓인 텅 빈 요람을 눈치 챈다. 주인을 잃은 자장가는 객석이 빠져나간 상영관을 조용히 울린다. 문득 이즈미는 기시감을 느낀다.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저기, 세나. 이 노래 기억 안나?”
역시 뭔가 있나 보다. 답을 요구하고 있는 녹색 시선이 괜히 밉살스러워 일부러 고개를 저었다.
“전혀.”
말없이 기억을 더듬고 있자니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벌렁 의자에 드러누웠다.
“역시 버려진 노래를 기억할 리 없지.”
“버려? 누가 버렸는데―.”
말을 하다가 문득 어떤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니까 아직 교복을 입고 있을 무렵. 스튜디오에 주저앉아 종이들을 잔뜩 늘어놓고 낙서 마냥 못생긴 음표들이 마구 생겨나던 아주 익숙한 풍경. 그 곡들 사이에서 이즈미는 분명히 그 곡을 보았다. 정리 좀 하라는 말이 입이 아플 정도로 레오는 작곡을 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옆에 마구 흩어진 종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이젠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잔소리를 할 때, 이즈미는 그 악보를 집어 들었었다. 영화관에선 멋들어진 오케스트라로 연주되지만 악보 내에선 삐뚤빼뚤한 글씨로 완성되었을 곡.
다른 노래를 신나게 써내려가던 레오는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악보를 훑는 이즈미를 빠르게 눈치 챘다. 눈을 반짝이며 물었던 말은.
‘세나! 그 곡 어때?’
그리고 이즈미가 했던 대답은.
‘응. 이건 패스.’
레오 얼굴이 대번에 변한다.
‘에―.’
‘졸음이 밀려오는 무대를 선보일 셈? 지금 쓰고 있는 것도 이거랑 비슷해?’
‘아니, 그건 아닌데.’
레오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어물거렸고 지금 휘갈기던 악보 첫 장을 건넸다. 무대에서 아낌없이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신나는 곡. 이즈미는 만족했고 악보를 다시 돌려줬다.
‘뭐야, 잘하고 있네.’
나름의 칭찬을 건넸던 것 같았는데. 기억은 거기서 끊긴다. 이즈미가 기억하는 건 레오는 두 번째로 보여준 곡을 완성했고 결국 나이츠의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런 나이츠의 수많은 라이브의 일단락에서 자장가의 존재를 기억해낸 게 용할 정도다. 레오의 태도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서였을까.
“아니, 됐어. 쓰레기통을 뒤지는 취미도 없고.”
이제 교복을 입을 일이 없는 레오가 웅얼거렸다.
“누가 임금님 곡 쓰레기라고 했어?”
“아니, 아니. 그러니까 쓰지 않는 곡은, 주인에게 버려진 곡은 그런 거나 마찬가지잖아? 실패작이란 거고. 물론 알고 있어. 세나가 기억을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어떤 쓰레기를 버렸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잠깐, 그거 내가 버렸다고 할 셈? 그땐 나이츠 컨셉이랑 맞지 않으니까 넘긴 것뿐이라고.”
레오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즈미는 반대로 인상을 썼다. 곧이어 녹색 눈이 흐물흐물 휘어지며 웃음을 만든다.
“헤에, 기억났어?”
“레오 군이 처음부터 말했으면 되는 얘기잖아. 굳이 길을 돌아갈 필요가 있어?”
“알잖아? 답을 안이하게 추구하지 말라고~! 그리고 어쩌면 기억해 줄지도 모르니까.”
“하아…. 그래서 이 영화를 보러 온 건 이 노래를 들려주려고?”
“글쎄, 어떨까?! 이번에도 세나의 망상에 맡겨 두자고…. 어쨌든 이 노래의 주인은 세나였으니까.”
“하?”
무슨 소리를 하냐며 상대를 보면 잔뜩 놀려줄 요량으로 웃다가 이번엔 선선히 대답해 준다.
“전에, 무슨 일이었지. 세나가 잠을 통 못 잔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처음으로 자장가를 작곡해봤는데 단박에 거절당할 줄은 몰랐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일이다. 침대를 바꿨거나, 악몽을 꿨거나, 스트레스가 쌓였거나. 주르륵 지나가는 기억 속에 딱히 남아있지 않은 걸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이었나보다. 10대의 세나 이즈미는 지금보다 더 예민했고 날카로웠다. 그런 날이 선 어떠한 날들 중 하나일 것이다.
잠깐의 회상 앞에 있는 여전한 얼굴에게 이즈미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건 레오 군이 제대로 설명 안했잖아.”
“감상보다 거절이 우선이었다고?! 뭐 그랬는데, 이 버려진 자장가가 세상에 나올 날에 마침 세나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지. 나의 기사는 여전히 바깥에선 푹 못자잖아? 그래서 재워주려고, 생각했어. 어쨌든 너를 위한 노래였으니까. 결국은 기상곡이 돼버렸고 역시 실패한 곡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그래도 세나는 기억해 줬잖아?”
그러면서 바보처럼 헤헤 웃는다. 평소에는 시끄럽다고 해도 멋대로 떠드는 입이 중요할 때는 말을 삼킨다. 나름의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가 거절당하고는 기어코 다시 프레젠트한 연인을 이즈미는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른다. 역시 멍청이일까. 그 정도는 제대로 말해줬어도 좋았잖아.
자장가는 끝이 났다. 긴 크레딧이 끝까지 말아 올라가고 검게 멈춘 스크린과 더불어 영화관에 환한 불빛이 들어온다. 퇴장을 알리는 온건한 안내에 이즈미는 몸을 일으켰다. 흘러내리는 담요를 좌석에 대충 개켜두고 접어뒀던 선글라스도 쓴다. 그리고 레오에게 손을 내민다.
“나가자.”
“응.”
순순히 손을 잡으며 레오도 의자에서 폴짝 일어났다. 이 작은 폭군은 자장가의 주인공에게 노래를 들려줬다는 것만으로 만족한 모양이다. 이즈미가 얼마나 피곤한 상태인지, 노래의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할 지는 자기 좋을 대로 배제하고 말이다.
“OST 앨범은 나왔어?”
“으음~ 아직 안 나왔을걸.”
“그래?”
여전히 손을 쥔 상태로 이즈미는 매표소 앞으로 걸어간다. 아까랑 똑같은 관, 똑같은 영화, 그리고 같은 좌석. 매표소에서 예매하는 일련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 있던 레오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뭐하는 거야, 세나. 영화관을 집으로 정했어? 거기 좌석이 괜찮았다거나?”
“제대로 못 들었잖아.”
사람이 잔뜩 바글거려 시끄럽고 번잡하고, 어쩌다 힐끗거리는 시선이 달라붙고, 칼로리 덩어리일 게 뻔한 팝콘의 끈적한 냄새의 도가니에서도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은 여전히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부터 확실히 들을 거야. 그거 내 곡이잖아.”
이즈미는 힘주어 말했고 조금 후에 레오가 배시시 웃었다.
“으음, 세나 곡은 맞지만 팔려갔으니 이럴 땐 누구 곡일까?”
“뭘 짜증나게 재고 있어? 곡 지은 사람이 결정해.”
곡을 사간 감독의 것인 게 당연하지만 이즈미는 짐짓 그렇게 말했다. 작곡가 역시 짐짓 고민하는 척 하지만 기쁜 기색을 숨길 생각은 없는 듯하다.
“한 번 버려졌지만 그래도 원래 주인님이 들어주시면 부활의 날개를 달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
“버린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게 할 셈?”
투덜거리며 이즈미는 레오를 잡아끈다. 남자는 아까처럼 순순히 끌려왔다.
아직 영화가 시작하기엔 남은 시간. 스크린 속에서 잠들어 있을 자장가를 떠올리며 이즈미는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옆의 바보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사람이 적은 어느 어둑한 곳으로. 여전히 시끄러운 영화관에서 두 사람 분의 그림자는 다른 사람들 속에 뒤엉켜 금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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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드리고 싶지 않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이즈레오 베리 어렵네요. 이런 죽고 싶은 기분 오랜만~!
(많이 지났지만)시얀님 생일 축하해요 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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