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레오 - 웃츄 랩소디
* 츠카레오
* 중스타가 먹여주신 우주 AU가 넘 맛있어서 그만 뒷북으로....
* 가볍습니다.
“음? 생각보다 멀쩡하잖아.”
「그게 사람 면전에 대고 하실 말씀입니까.」
커맨드실의 커다란 화면에 비치는 단정한 남자가 곱게 이마를 구겼다. 찡그린 얼굴도 그림이 되네. 의자에 걸터앉은 츠키나가 레오는 먹고 있던 스낵을 입에 털어 넣었다.
「회의 하려는데 뭡니까, 그 태도. 동네 소풍이라도 나왔나요.」
“아니, 아니. 스오가 갑자기 통신을 걸었잖아. 난 잘못 없어!”
「제가 시간을 착각했나요? 정시 연락 시간이잖아요?」
“…스오 상태가 좋지 않으니 회의는 미뤘으면 한다는 시노의 연락을 먼저 받았지만?”
「약간 혼선이 있었나 보네요. 그래서 제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시나요?」
“흠…. 얄미울 정도로 정상으로 보이긴 하는데.”
턱을 괸 채로 볼을 톡톡 두드리며 레오는 화면의 남자, 스오 츠카사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츠카사의 측근인 시노 하지메에게 연락이 온 것은 사실이었다. 오늘 함장님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으셔서 회의를 미뤘으면 한다는 연락. 일정을 칼 같이 지키기로 유명한 그 함장이? 호기심에 불을 당긴 레오의 뭔데, 무슨 일인데, 그 도련님 갑자기 비뚤어져서 술이라도 진창 마신 거야?! 같은 질문 공세를 견디지 못한 하지메는 순순히 사실을 털어놓았다. 오늘 일정이던 탐사 행성에서 미스로 미확인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었다고.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현재 여러 검사를 받고 있어 오늘 회의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레오는 비어져 나오려는 흥미를 죽이고 알겠다는 너그러운 대답을 한 차였다.
그래놓고선 멀쩡해 보이는 얼굴로 회의라니. 무슨 바이러스였을까. 지금도 대본이라도 외운 듯 줄줄 나오는 작전 얘기도 듣는 둥 마는 둥 레오는 츠카사의 얼굴을 보기 바쁘다. 단정한 콧날과 자색 눈동자, 붉은 머리, 흰 뺨. 뭐하나 이상한 것 없고 평소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데. 그렇다 해도 화면 너머로 비치는 하지메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다. 레오만큼이나 츠카사의 안색을 살피는 느낌이다. 아니, 그것보다 조금 다르다. 어쩐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보는 기분?
「그리고 이번 작전이 끝나면 약속했던 보수의 두 배는 드리겠습니다. 저희와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응응, 두 배…. 아니 잠깐, 제정신? 계약 기억 안나? 그쪽에서 멋대로 축소했다던가?”
「아뇨.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요. 계약서도 있잖아요?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고요.」
“뭐야, 그럼 내가 세 배를 부르면?”
「당신이 정말로 필요하고 원하신다면 고려하지 못할 것도 없죠.」
“아, 걸렸네. 바이러스 걸렸어. 사리분별 못하는 바이러스 말야. 내 말이 맞지?”
「당신들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거죠.」
“너 연합군 아니지? 아니아니, 그 반대다! 우리를 잡아다 넣으려고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현혹하는 거지?!”
츠카사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런 짓을 할 거면 당신들을 발견한 시점에서 바로 신고했겠죠.」
“그건 그런데…. 진짜 뭐 다른 꿍꿍이는 없어?”
「당연히 있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제안을 할 리가 없잖아요?」
“드디어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는 구나! 그래서 뭔데 그 꿍꿍이?!!”
「당신과 몸만 섞던 관계에서 연인 관계로 공고히 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계산요.」
그 순간 양 커맨더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츠카사 뒤에 있던 하지메가 파일을 끌어안고 탄식하는 모습이 보이고, 늘어난 보상에 흐뭇해하던 나이츠의 부선장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아? 대체 저게 뭔 소리야, 당장 대답해!"하며 선장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월권 행위 속에서 레오가 있는 힘껏 평정을 가장해 말했다.
“스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모른척 하실 셈인가요? 불과 일주일 전 기억도 날아가신 건 아니죠? 당신의 함선이 우리 본부에 도킹한 날, 당신은 내 방에 와서….」
“왁왁, 그만! 스오는 눈치가 없어?!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여기서 꺼내는 저의가? 날 세나 손에 죽게 할 셈?”
「그럴 리가요. 제 말에는 한치의 살의도 없어요.」
“지금 나 안 보여? 죽기 일보직전이거든? 그러니까 그때 그건 가볍게, 분위기가 어쩌다-…. 그렇잖아?!”
「당신, 그렇게 아무하고나 가볍게 자는 사람인가요? 저랑도요? 이익을 얻기 위한 침대 영업의 일환이었나요?」
“아니, 그것도 아닌데. 스오, 잘생겼고 몸도 꽤…. 악! 아팟, 세나 미안! 나중에 제대로 얘기할게!”
「뭐 그런 사람이었다 해도 상관없어요. 과거는 변할 수 없는 거지만 현재는, 미래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만들거니까요.」
“뭐야, 결혼을 앞두고 덜 떨어진 남편을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하는 것 같은 뉘앙스는?! 아니, 그보다 이상하다고! 우리 그렇게 달콤했어?!!! 아닌데! 완전 깔끔했는데!! 스오도 딱 필요한 용건만 끝낸 것처럼 굴었잖아?!”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게 됐어요.」
“누구세요? 연합의 냉정하기 짝이 없다는 백은의 함장님 맞으시죠?”
「네, 연합 소속 5함대 소령이자 당신이란 호수에 흠뻑 빠진 스오 츠-」
「하, 함장님-!! 회의는 여기까지 했으면 하는데, 나이츠 분들도 같은 의견이실 거예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끼어든 하지메가 다급히 외쳤다. 화면에는 아직 말이 덜 끝났어요 하고 불만을 표시하는 츠카사를 다른 대원들이 몰려들어 잡는 것까지 보인다. 커맨드실에서 강제 퇴장 당한 츠카사의 자리에 대신 선 하지메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회의를 미룬 건데, 함장님이 강행하셔서….」
"아니, 괜찮아. 나는 곧 죽겠지만, 괜찮아."
옆에서 흉흉하게 꽂히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레오가 말했다.
"시노,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해봐."
「네? 어떤 것을… 아! 보수는 정말로 그렇게 지급해 드릴 예정이고…」
"아니, 그거 말고 바이러스. 저 지경으로 만든 바이러스가 너무 궁금하거든. 날 나락으로 떨어트렸으니 호기심 정도는 채워줘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뭔데? 어서 말해줘! 남녀노소 불문 사랑에 빠지는 큐피트 같은 바이러스? 역시 사리분별이 없어져 뇌 필터링을 거치지 못하는 병??!"
이죽거리는 레오를 보며 하지메는 어쩔 줄 몰라했다. 통신을 끊을 기미가 없어 보이자 함장의 이미지를 지키고자 하는 지 결국 한숨과 함께 말했다.
「둘 다 아니에요. 아니죠, 어쩌면 후자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네요….」
"오옷, 뭔데 빨리 말해봐! 연방의 엘리트가 우주의 멍청이가 된 거야?!"
「…일시적으로 솔직해지는 바이러스입니다. 거짓말이 불가능해질 정도로요.」
"…음?…."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로 알겠습니다. 저희 함장님이 폐를 끼친 점, 정말 죄송해요. 평안한 밤 되세요.」
그대로 통신이 끊긴 나이츠의 커맨더실에 정적이 들어찼다.
"헤에~ 그럼 임금님 프로포즈 받은 거야? 결혼으로 묶인 동맹, 견고하겠네~…"
평소에 잠만 자던 사쿠마 리츠가 정적 속에 한 마디를 던지고 곧바로 부선장의 태블릿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시노 하지메가 말한 평안한 밤이 되긴 그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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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소속 츠카사와 미등록 함선을 끌고 다니며 무허가 용병 나이츠 호의 선장 레오 같은 걸로...
무법 조직이지만 츠카사의 제안으로 동맹을 맺고 작전을 처리한다는 그런 고만고만한 설정이 있습니다.
제목은 납님이 지어주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와 탔다 우주AU의 빅웨이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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