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카레오배포전/츠카사6] 신간 너의 대답은
어여쁜 표지는 풍님(@pung_av)께서 작업해 주셨습니다!ㅠㅠ 정말 감사드립니다!
9/9 츠카레오 배포전에 나올 예정인 너의 이름은 AU 츠카레오 소설본 인포입니다.
사양
A5 / 78p / 전연령 / 8000
※ 본 소설은 '너의 이름은'AU 입니다 ※
따라서 해당 영화의 기본 설정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제 해석 기반의 안즈가 등장하며, 레오→츠카사→안즈의 짝사랑 구도가 있습니다.
자세한 건 샘플을 참고해 주세요!
프로듀서는 오늘도 열심히 움직였다. 유메노사키에는 수많은 별들이 각자의 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그들 중 단 한 명 빛을 밝히려 뛰어다니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개성 넘치는 이들은 서로 부딪히거나 화합하며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고, 유일한 프로듀서는 그들을 공전하듯이 떠돌며 각각에게 걸맞은 도움을 주어야 했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우주.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그 뒤로 암약하는 사람들은 보람을 느끼지만 꽤나 피곤한 업무의 연속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늦은 밤에 안즈는 귀가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잔뜩 먹칠을 한 밤하늘이 까마득하게 내려와 있었다.
“안즈?”
나란히 걷던 남자가 문득 안즈를 눈치 채고 말을 건다. 오늘 집 데려주기 당번은 마오. 괜찮다고 만류해도 오히려 펄쩍 뛰는 트릭스타들이기에 안즈는 이번에도 얌전히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하늘이 엄청 까맣길래.”
“그러게. 이런 시간까지 남아있는 게 당연해서 몰랐는데, 우리 해 지기 전에 집 들어간 지 좀 됐지.”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마오의 눈가에도 피곤한 그림자가 잔뜩 쌓여있다. 연말의 대규모 라이브가 다가오는 지금, 학생회 소속인 마오도 안즈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좀 나아질까? 그 3학년 선배들도 졸업이니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아직 20대도 되지 않은 그이건만 중년가장의 모습이 겹쳐온다. 그리고 아마 안즈도 마찬가지. 분명 스바루라면 검은 융단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의 모습에 기뻐하며 따오고 싶다고 사다리를 찾는 수선을 피울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하지만 자신이 따라가기엔 좀 힘든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걸 금방 깨달으며 안즈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가끔은 푹 쉬고 싶기도 해.”
“동감. 너도 나도 일을 찾아다니는 타입이지만 역시 휴식도 소중하니까. 침대에서 하루 종일 늘어지거나, 온천의 뜨거운 물에 푹 잠기거나.”
“온천도 괜찮네…. 이 근처 말고 멀리 어디에 나가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 바람도 쐬고.”
“안즈, 여행을 가고 싶은 거야?”
깨끗한 겨울 하늘은 좁은 골목길과 달리 거대한 하늘의 광장을 다 덮어버리고 있다. 왠지 그 검은 바다에 빠질 것 같은 아찔한 기분마저도 들어 안즈는 손을 뻗었다. 유난히 반짝이는 별을 엄지와 검지로 만든 동그란 원에 넣으며 안즈는 대답했다.
“응, 그럴 지도 모르겠어.”
“이번 라이브가 끝나면 다 같이 뒤풀이 겸 여행이라도? 으음, 왠지 이렇게 말하니 플래그 같아 불안해지는데…. 전쟁 영화에서 가족사진 보는 느낌이지, 이거….”
자못 심각해지는 마오지만 그들 위로 펼쳐진 검은 하늘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색을 더 깊게 품어간다.
여행, 나쁘지 않네. 지금은 겨울이니까 따뜻한 곳이 좋을 지도. 너무 멀리는 무리지만 여기보다 조금 더 따뜻한 도시에서 이름난 맛집에 찾아가는 거야…. 상상만으로도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유메노사키에서 쉴 새 없이 달려오다가 어느새 한 해가 끝나간다. 그런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의 포상은 괜찮겠지. 안즈는 저도 모르게 진지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방학 때 바쁘지 않으면 좋을 텐데. 이 학교에선 그런 걸 기대하기 힘들지만 상상 속의 방학은 꽤나 그럴싸한 정경을 만들어 낸다. 역시 좀 피곤한가보다. 상상만으로 이리 달콤한 걸 보니.
점점 가까워지는 집을 보던 안즈는 옆을 바라보았다. 마찬가지로 한창 휴식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마오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머쓱하게 웃어 왔다.
오늘 수고 많았고 내일도 파이팅. 언제부턴가 정착해버린 작별 인사는 유메노사키 일꾼들의 결속을 오늘도 든든하게 다져준다. 안즈가 문을 여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마오가 천천히 멀어진다. 밤이 천천히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집 안의 따뜻한 공기를 한껏 들이켠 안즈는 집 식구들에게 왔다는 인사를 한다. 여행을 가면 좋겠지만 그게 당장이 될 수 없다. 피곤한 오늘을 어서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했다.
*
…어나. …왔어. …군.
귓가에 왕왕 소리가 들린다. 안즈는 여전히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릴지 말지 고민했다. 좀 더 자고 싶은 기분. 하지만 옆 사람은 끈질기다. 성가시게 들러붙는 목소리에 뭔가 경종이 울린다. 안즈는 눈을 떴다.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몸은 꼿꼿한 의자에 불편하게 파묻혀 있었다.
“일어났어? 다 왔어.”
옆에 있는 남자가 말한다. 안즈는 옆을 보았고 그리고 경악했다.
“세, 세나 선배?!”
“뭐?”
이상하게 목소리가 튀었다. 미간을 좁히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을 내버려두고 안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젖힐 수 있는 흰 좌석, 훨씬 낮은 찬장, 귀를 막고 있는 것 같은 이물감, 그리고 창문 너머에 펼쳐진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비행기…?! 제가 왜 비행기를 타고 있죠? 세나 선배, 또 회장님이 뭔가를 기획하신 건가요??”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잠이라도 덜 깼어? 그리고 징그럽게 웬 존댓말.”
파란 눈이 아주 이상한 것을 쳐다보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슬슬 정신 차리지? 곧 도착한다니까.”
“…그러니까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대답한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묘하게 낯이 익었다. 안즈는 저도 모르게 목을 만져 보았다. 어디가 가라앉거나 하지 않았는데 목 부근에 이상한 게 잡히는 느낌이 들어 화들짝 손을 뗐다.
“저기, 정말 괜찮아? 상태 진짜 이상해 보이네, 레오 군.”
이제는 그 눈에 짜증 대신 걱정까지 스며들기 시작한다. 저 눈에 비추는 건 정말 안즈 자신이 아닌 걸까? 선배들의 놀림이 아니라?
“세나 선배, 거울 있어요?”
“그러니까 선배는 왜 자꾸 붙이는 거야? 미쳤어?”
“아니, 중요해요. 거울 있으시죠?”
“존댓말은 왜 하냐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이즈미는 거칠게 자신의 소지품을 뒤졌다. 당연하게 튀어나오는 손거울을 받아들고 안즈는 심호흡과 함께 자신의 앞으로 가져다댔다. 벌어진 입에서 삐죽 보이는 송곳니, 날카롭게 올라간 눈, 녹색과 주황. 자신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 거울에 한 가득이다. 마치 거울 너머에 레오가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시끄럽게 주변을 휘젓는 대신 아주 당혹스러운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고 있다. 입을 다물고, 눈을 깜박이고, 고개도 흔들리고. 완벽한 팬터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몇 번이고 표정을 바꾸고 있자 이즈미의 시선이 내리 꽂힌다. 볼을 잡아 늘리자 거울 속의 그까지 똑같이 잡아 늘리고, “아파.” 하고 말하니까 그의 목소리로 동시에 같은 말을 한다. 지켜보는 이즈미의 표정 역시 점점 심상치 않아진다.
“자다가 머리라도 부딪힌 거? 잠시만, 여기―”
승무원을 부르려는 이즈미의 팔을 안즈는 급히 끌어안았다.
“아, 아니, 괜찮아요. 저는 멀쩡해요. 이제 이해했어요.”
이 얼토당토않은 상황은 단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안즈는 이즈미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이건 꿈이잖아요?”
“어, 네가 이상하단 건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재미없으니까 그만해줄래?”
“꿈속의 세나 선배는 츠키나가 선배에게도 가차 없군요.”
“이젠 자기를 삼인칭으로 부르는 거? 그 컨셉 완전 이상해.”
"아 그렇지. 저는 츠키나가 선배죠? 이 꿈과 완벽하게 녹아들어 볼게요. 자, 보세요…. 세나!"
최대한 기억 속의 레오를 떠올리면서 그가 하듯 안즈는 이름을 커다랗게 외쳤다. 그러면서도 아주 불안하게 이즈미의 눈치를 살폈다. 금방이라도 어딜 선배 앞에서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며 무서운 얼굴로 윽박지르지는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즈미의 얼굴은 아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안즈는 도망치고 싶었다. 무시무시한 얼굴 밑으로 손이 뻗어져 온다 싶더니 그대로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내가, 비행기에선, 조용히, 하랬지, 레 오 군.”
“헤하헌해- 아하, 아하여-.”
“뭘 또 잘했다고 떠들어?! 수학여행 나온 유치원생도 아니니까 조용히 좀 하라고!”
그렇게 말하는 이즈미의 목소리도 제법 컸지만 그걸 지적하지 않을 눈치 정도는 있었다. 그보다 잡힌 볼이 너무 아팠다. 잔뜩 잡아당기다가 손을 놓고 이즈미가 투덜거렸다.
“좀 얌전해졌나 싶더니 여전하잖아? 잠꼬대는 그만하고 다 왔어.”
“어, 어딜…?”
안즈는 자동으로 달라붙는 어미를 가까스로 잘랐다. 이즈미는 그런 안즈의 바보 같은 물음도 익숙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어디긴, 파리지.”
“파리…!”
안즈의 눈이 반짝였다. 아마 안즈의 상상으로 잔뜩 뒤범벅된 도시겠지만 가슴이 뛰었다. 엄청 현실 같은 꿈, 거기에 이걸 꿈이라고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일명 자각몽. 이런 재미있는 상황은 즐겨두지 않으면 손해다.
“세나 선, 아니 세나! 이제 얌전히 있을게.”
항복하는 자세로 말하니 이즈미의 눈매가 좁혀졌다.
“너 또 뭐 꾸미지?”
츠키나가 선배의 신뢰도는 제로군요. 안즈는 어느 선배에게 유감을 표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하나도 없어. 굳이 있다면 그냥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해야 하나.”
“여행이라면 이미 하고 있잖아. 멀리 떠나고 싶다며.”
그건 분명 안즈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렇지?”
레오가 으레 하듯 안즈는 활짝 웃었다. 무엇이든 그녀의 상상대로 되는 세계, 꿈을 지배하는 자의 웃음이었다.
“―라는 꿈을 꾸었어요.”
“헤에―.”
안즈는 그렇게 말했고 지금 그녀 앞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안즈가 꿈에서 뒤집어 쓴 역할인 츠키나가 레오는 무언가를 쓰면서도 꽤나 흥미롭게 들어주었다.
“그거 재밌는 걸?! 꿈은 멈춰있는 곳이지만 그런 상상도 펼칠 수 있는 곳이 되는 구나! 한 세계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그 기억들을 온전히 가져올 수 있다면 가끔은 잠을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잠은 제대로 주무셔야죠, 츠키나가 선배.”
안즈의 짐짓 엄한 소리도 남자는 웃음으로 흘려버렸다.
화창한 날, 아무도 없는 음악실. 있는 건 레오와 안즈 둘 뿐. 매번 탈주하기로 소문난 레오지만 안즈에게 작곡을 가르치는 시간을 빼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작곡에서만큼은 진지한 그의 태도 때문일까.
약속 장소는 매번 달라지지만 그는 어김없이 자리에 있다. 추운 겨울이 들이닥친 만큼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안온한 둥지를 만들고 그곳으로 안즈를 초대한다. 그곳에선 레오의 리듬만큼이나 독특한 수업이 이어졌다.
“그래서 세나와의 여행은 괜찮았어?”
“네. 꿈인 걸 알지만 즐거웠어요. 처음에 간 곳은 콩코르드 광장이었어요. 거기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했고, 노트르담 성당도 봤어요! 개선문도 보고 싶었지만 세나 선배가 일정이 안 된다고 하셔서 다음 스케줄 빌 때 보러 가자고 하셨어요. 꿈이어도 어느 정도 제약은 있나 봐요.”
“꿈속의 세나가 딱딱한 걸 수도 있지. 아니, 원래 딱딱했던가! 그럴 때는 세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나는 날 수 있어 세나!’ 이러고 냅다 하늘로 날아버리는 거야~ 광장의 수많은 비둘기처럼! 그럼 어디로든 가겠지. 우주로도 말이야!”
“초능력이 있을 수도 있군요? 꿈이니까…. 묘하게 그럴 분위기가 아닌 꿈이어서 시도는 못했는데…. 츠키나가 선배는 그런 꿈을 자주 꾸시나요?”
“전―혀. 나는 꿈을 안 꾸거든. 새까맣고 거무죽죽한 진흙 속에 파묻힌 걸 꿈이라고 하면 꾸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거기에 잠겨있을 뿐이고 아무 것도 못하거든. 그런 고로 잠은 인스피레이션을 달아나게 할 뿐! 깨어있을 때 두뇌를 팽팽 돌려야 영감이 찾아오는 거라고.”
레오의 손에 잡힌 볼펜이 원을 크게 그린다. 그 볼펜은 아까까지 흰 종이에 들쭉날쭉한 음표를 그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대화에서도 남자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마 연말에 있을 라이브로 나이츠가 말하는 ‘무기’를 그는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을 터였다.
“츠키나가 선배,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당분간 작곡 수업은 쉴까요? 라이브도 몇 주 남지 않았고….”
살짝 말을 흘리며 레오의 대답을 기다린다. 안즈가 아는 레오는 잔뜩 부풀려서 말을 떠들긴 하지만 자신의 뜻을 똑바로 관철하는 스타일을 가졌다. 아마 레오가 바쁘다고 여기면 그는 안즈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일 것이다.
문득 펜이 멈추고 날카롭게 올라간 녹색 눈이 안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보다 안즈 쪽이 큰일 아니야?”
그러고선 레오가 불쑥 말했다.
“나는 내 나이츠만 돌보면 되지만 안즈는 라이브 전체를 총괄하는 것도 있을 테고. 그보다 너 정신없어 보였으니까 내가 먼저 쉬는 게 어떠냐고 말할 셈이었는데.”
“제 입장에선 바쁜 쪽이 오히려 좋달까…. 다들 바쁜데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져요. 오늘 부회장님이 일을 갑자기 가져가셔서 지금은 오히려 한가한 편이기도 하고요. 제가 맡아도 상관없는 일까지 모두 빼버리셔서….”
“내가 케이토여도 그랬을 거야. 안즈, 어제 확실히 이상했지.”
“어제요…?”
“좋아, 망상해 볼까?! 유메노사키 유일한 프로듀서에게 과중된 업무! 주위엔 시커먼 사내들만 득시글! 프로듀서의 마음에는 청춘이라는 씨앗도 발화하지 못해 어둠을 집어삼키고 결국 기존 마왕 레이를 밀어내고 새로운 어둠의 마왕으로 군림한다!!”
“무슨 말씀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영감이 내려오기 시작했다며 다른 종이를 급히 끄집어내려 신명나게 적어대는 레오를 보며 안즈는 한숨을 쉰다.
조금의 이상한 하루긴 했다. 유일한 여학생, 유일한 프로듀서. 안즈에게 부여된 타이틀은 학교에선 이질적이어서인지, 아이돌이라는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들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주목 받기도 했다. 프로듀서라는 위치상 전교생들과도 교류가 많은 그녀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호의적인 인사가 따라붙는 대신, 숨죽인 시선이 따라붙었다. 빤히 바라보거나 날씨가 참 좋네 같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가 오기도 했다. 교실에선 그 기색이 더 심해져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심지어 문을 크게 연 것도 아니었다) 애써 침착한 척 하지만 어느 때보다 불안해 보이는 호쿠토의 아침인사를 받아야 했다. 인사말도 이상했다. 평소처럼 ‘좋은 아침이야’가 아닌 ‘피곤한 건 좀 풀렸나’ 였었다. 전날 꿈은 아주 재미있었기에 몸도 가뿐했고 안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안도하는 호쿠토의 뒤로 나타난 스바루는 한결 같아서 별 생각 없이 넘겼었는데.
“저, 츠키나가 선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하교할 때만 해도 언제나처럼 바쁘고 시끌벅적한 너무나 평소의 유메노사키였었는데. 그 시끌벅적한 유메노사키를 만드는 한 축인 레오는 여전히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안즈를 보고 있다.
“꼭 다른 사람 같았지.”
“네?”
“아니, 어제 너. 진짜 재밌었거든.”
“제가 어제 츠키나가 선배를 만났었나요…?”
“안즈가 세나 하우스에 들이닥쳤잖아. 이렇게 창문으로 넘어와서!”
“예…?”
“와하하! 엄청 재밌었다고? 다들 눈이 이렇게 돼서 쳐다보는데 너는 멋지게 착지하고선 악당을 앞에 둔 히어로처럼 갑자기 일장연설을 좔좔 늘어놨다고~! 뭐랬었지? 그런 안이한 마음으로 너만 편해지는 길을 선택하지 말라고? 멋진 말이야~ 역시 어제 안즈는 히어로였던 거지?!”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레오를 안즈는 충격과 혼란 속에서 바라보았다. 이 선배는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는 그런 말들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넘기기엔 오늘 이상했던 학생들의 반응이 걸렸다. 하지만 안즈는 전혀 기억에 없는 일들이다. 나이츠를 만날 예정도 없는데 창문을 뛰어넘어 스튜디오에 들어갔다니?
“선배 놀리시는 거예요? 그런 기억은 전혀 없는데….”
“히어로 모드가 되면 기존 인격은 사라지는 거야?!”
“그런 모드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안즈는 울고 싶었다. 겨울 만우절 같은 걸 지정해서 모두가 합심해서 놀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안즈를 빙글거리며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그거 알고 있어? 안즈 아까 3학년 교실에 찾아와서 수업 장소가 어디인지 물었잖아? 하지만 약속한 작곡 레슨 날은 어제였어.”
이상한 소리를 곧잘 떠들던 남자는 눈엔 장난스러운 기색이 가득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걸론 보이지 않았다. 괴짜 학생들이 가득한 이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모든 말들을 귀담아 듣지 않는 법을 익혔지만 그럴 수 없었던 건 이상한 하루도 한몫했다. 안즈는 주춤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네모난 화면에 표시되는 날짜는 그녀가 있어야 할 날짜에서 하루가 더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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